장례식에 부르지 말라고 했잖아
디자이너: 김준형
존재의 소멸을 기념하는 자리에 타인의 시선은 불필요하다. 그는 떠나는 순간까지도 오롯이 혼자이길 선택했다. 가장 고독하지만 가장 자유로운 마침표였다.
언젠가 누군가 내게 “장례식에 부르지 말라”고 했던 그 말을, 나는 이곳의 어둠 속에서야 비로소 이해하기 시작했다. 죽음을 가장 가까이서 목격하는 자의 눈에 비친 장례식은 남겨진 자들의 미련이 뒤엉킨 소란스러운 무대였다. 떠나는 이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국화꽃 향기에 가려진 가식적인 눈물이 아니라, 자신을 기억하는 이들이 그저 평범하고 평온한 하루를 이어가는 것임을 나는 이 차가운 벽 너머에서 매일같이 읽어낸다. 그래서 나 역시 나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아무도 초대하지 않기로 했다. 검은 옷을 입고 줄을 서는 대신, 내가 사랑했던 이들이 그 시간에 좋아하는 차를 마시거나 노을을 바라보길 바란다. 슬픔의 의식은 이 적막한 병원 복도에만 남겨두고, 당신들은 그저 삶의 빛나는 조각들을 향해 걸어가길. 나의 퇴근이 그러하듯, 나의 죽음 또한 아무도 모르게 닫히는 뒷문과 같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