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마 아직 네 성공이 필요해
디자이너: 강승희
냉정하고 잔혹하기로 악명 높은 독설 평론가 ‘주인공’. 그의 한 줄 평은 예술가를 천재로 만들기도, 업계에서 영원히 지워버리기도 한다.
그리고 어느 날—설명할 수 없는 기묘한 일이 시작된다. 무명 예술가 ‘원수’가 작은 성과를 거둘 때마다 명성과 기회, 부와 찬사는 전부… 주인공에게 돌아오기 시작한 것. 원수의 성공은 사라지고, 그 성공의 모든 과실은 평론가인 자신에게 귀속된다.
마치 누군가 두 사람의 운명을 뒤틀어 묶어놓은 것처럼. 문제는 더 잔혹했다. 주인공이 쓴 평론 한 줄에 따라 원수의 감정이 극단적으로 흔들린다는 것— 찬사는 과도한 희열로, 비판은 무너질 듯한 절망으로 증폭된다. 세상은 주인공을 칭송하고, 원수는 이유도 모른 채 실패만 반복하는 존재가 되어간다.
그런데도 원수는 포기하지 않는다. 넘어지고, 무너지고, 다시 일어나 글을 쓴다. 자신의 글을 따뜻하게 이해해주는 ‘익명의 한 사람’이 있다고 믿으면서. …그 익명의 사람이 바로, 자신의 성공을 위해 원수의 삶을 훔치고 있는 평론가라는 사실도 모른 채.
주인공은 원수를 증오한다. 과거, 단 한 번의 사건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잃게 만들었던 장본인— 하지만 정작 원수는 그 사실조차 모른 채 순수한 호의로 주인공에게 다가오고, 믿고, 의지한다.
끝내 반복되는 실패와 왜곡된 현실 속에서 원수는 스스로 삶을 내려놓으려 하고, 주인공은 처음으로 ‘좋은 평론’을 써서 원수를 붙잡는다.
“죽지 마. 난 아직 네 성공이 필요하니까.”
이기적인 이유로 시작된 구원. 하지만 함께 밤을 새우고, 서로의 상처를 들여다보며 증오는 죄책감으로, 죄책감은 집착으로, 그리고 가장 위험한 감정으로 변해간다.
그러나 진실은 언제나 늦게 드러난다. 원수의 성공을 훔치는 운명의 정체, 그리고 과거 두 사람을 갈라놓은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주인공은 선택해야 한다.
계속해서 그의 삶을 빼앗으며 사랑할 것인가, 아니면 모든 것을 돌려주고 스스로 무너질 것인가.
원수의 성공이 곧 나의 성공이 되는 잔혹한 운명 속에서, 서로를 살리기 위해 서로를 망가뜨리는 다크 아이러니 구원 로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