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조선의 정령술사입니다만

디자이너: 김현정

제가 조선의 정령술사입니다만: 조선에 깃든 것들

조선은 옛 시절의 흔적이 유난히 많이 남아 있는 나라였다. 의례와 기록으로 시간을 함부로 흘려보내지 않고, 오래된 것들을 조심스레 보듬어 온 시대. 그래서일까, 사람들에겐 그냥 오래된 함이나 자기, 낡은 장신구일 뿐인 것들에서 어쩐지 설명하기 어려운 기척이 새어 나온다.

그녀는 그런 걸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잡다한 물건이든 망가진 장신구든, 고쳐서 팔 수만 있으면 됐다. 손재주 하나 믿고 품삯을 악착같이 벌며 하루를 넘기는 게 먼저였으니까. 그런데 어느 날부터, 낡은 물건을 손에 쥐면 이상하게도 기운이 느껴졌다. 말도 없고 움직이지도 않는데, 뭔가 남아 있고,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 같은 느낌.

남들 눈엔 그냥 물건인데, 그녀에겐 그 안에 깃든 정령의 기척이 보인다. 하지만 그녀는 대단한 일을 벌이고 싶은 마음은 없다. 문제는 그런 기척들이, 그녀의 삶 속으로 계속 들어오기 시작한다는 것인데—

“아니, 도대체 이 요상한 것이 무엇을 나타내고 있는 거란 말인가-”